그 날 이후 내 시계는 멈춰있어....


그렇게 100일째 되는 날은 오고..

2005년 2월 1일..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영하 11도를 밑돌고 있는데
무심하게도 바람은 왜그렇게 세게 부는지 안그래도 움츠려진 어깨를
더 좁히게 만든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왠만한 사람들은 한번씩 다 가는 군대.. 라 생각하면서
스스로 납득시키긴 했지만 역시나 걱정되고 한없이 슬퍼지기만 하는데..
생일 하루전이라는 사실때문인지 기분은 한층 더 우울해지고 막막하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괜히 가족들에게 짜증내고 점심을 먹고 가자는
아빠한테 도리어 화만내고 발시리다고 눈 쌓이지 않은곳으로 나오라는 누나
를 째려보고... 뒤돌아 생각해보면 가슴 한구석이 아리다.


막상 보충대 안으로 들어가니까 마음은 점점 더 초조해진다.
이윽고 소집 방송이 떨어지고 왠지 뒤돌아보면 눈물이 왈칵 쏟아질것 같아서
울먹이는 목소리 들키지 않으려고 뒤도 안돌아보고 한마디 말도 안하고
방송 소리가 나오는 곳으로 애써 태연한 척 걸어갔다.

기름을 발라놨는지 미끄러운 식판에 고춧가루나 기타 이물질이 고대로 끼어있는
식판에 밥을 타먹고, 다 부러져 앉기도 불편한데다 어떤곳은 막혀서 조금만
더 있으면 넘칠 것 같은 변기에 앉아 용변을 보고, 색깔이라고는 온통 국방색만
보이는데다 몇개 되지 않는 매트리스를 깔은 침상에서 꾸깃꾸깃 몸을 겹쳐 자고..

연락할 방법이라고는 꾸부정한 자세로 적어내려가는 편지.. 그것도 6주간
두 번 밖에 안되는 곳에서..정해진 시간에 먹고 정해진 시간에 씻고 정해진 시간에
먹는다. 무거운 (그래봤자 3.26kg밖에 안되지만) 총을 들고 냄새나는 하이바에
이곳저곳 기워버린 흔적이 있는 군복을 입고 바닥을 기고 산을 뛰고 몇십키로 되는
군장을 메고 내 나이보다 아니 내 아버지보다 나이 많은 수통에 담긴 물을 마시며
발이 오그라 붙을정도로 추운데 그렇게 무작정 걸었다.

조금쯤 장난 칠 여유가 생길즈음.. 같이 힘들었던 새로 사귄 친구들과 보충대에서 그렇게
했듯이 또다른 헤어짐을 가져야만 했고 다른 생활을 또 다르게 시작해야만 했다.


돌아보면 한없이 바보같이 어리버리대고 자의로는 절대 움직이지 않는 멍청이..
미치도록 싫고 하기 싫고 울고 싶었지만 참았다..
어떻게 커왔고 그동안 무슨일이 있었으며 내 신념이나 척도같은건 아랑곳하지
않고 힘이 강한 소위 짬밥이 높은 몇명의 생각대로 움직이는 X같은 상황이 왔지만..
그래도 참았다.


그렇게 100일째 되는 날이 왔다..


... 행복한가..? 그래.. 행복하지..?

by muzie | 2005/05/12 18:54 | 일기장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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